주섬주섬

세월은 또 흘러,

이사도 다시 한 번, 
슬프지만 나이 앞자리도 바뀌었네요.

개인적으로는 모든 정력을 몰빵하여 여러 해 매진했던 과제가 별 다른 소득 없이 마무리 되어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 또한 어디 있을까 생각하며 여유로운 일상을 즐기고 있는 나날들이에요.

여유 있을 때 조금 부지런을 떨어볼까 마음 먹고 실로 오랜만에 로그인을 한 번 해보았습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제가 끄적여 놓은 이곳의 흔적들을 몇 페이지 넘겨보다 보면,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참 소중한 기록들이다...라는 기분이 드는 묘한 공간입니다.




어제가 와이프 생일이라 아침부터 부지런을 조금 떨어 보았어요.

대단한 밥상은 아니지만, 
깔끔한 참치미역국을 시작으로, 슴슴하게 양념해서 구워낸 한우 불고기를 센터에 두었구요,
팽이버섯전, 일미무침을 좌청룡 우백호로 모셔 놓고 생일 축하를 전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5년 전 이맘때에도 비슷한 글을 썼었나봐요.
오그라들기는 하지만 그 당시의 제 감정이 어땠는지 그대로 전해져서 왠지 코끝이 시큰하네요.

5년 전에는 제 출근 시간 맞추느라 불고기만 재워 놓고 집을 나설 수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여유 있게 아침 차려 같이 먹고 출근한다는 정도가 변화된 점이네요. 살림살이는 크게 나아진 것이 없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이나마 늘었다는 것이 다행입니다.

그리고 글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어느덧 14년차에 접어든 결혼 생활이라 그런지 5년 전에 품었던 감정 보다는 덤덤한 느낌인 것 같습니다.

이 음식들로 제 마음이 전해졌을까요. 그저 저에게 편리한 이기적인 생각이겠죠? :-)


페란 아드리아 '패밀리밀' 출간 기념 팝업 레스토랑 나가서 먹기



오랜만에 생존 신고 겸, 밥값 좀 해보려고 글을 남깁니다....라고 하기엔....섀도우 복싱 같긴 하군요. 누가 본다고!

각설하고,

전설의 레전드와도 같은 스페인 레스토랑  '엘 불리'의 페란 아드리아가 직원들이 해먹던 패밀리밀(업장 직원들끼리 해먹는 식사라죠?) 레시피를 집대성하여 출간한 레시피북 '패밀리 밀'이 bluexmas님의 번역을 통해 국문판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구매하였고....내용이 넘 좋아서 아껴보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구매하셔도 후회하지 않으실겁니다^^; 두번 사세요 ㅋㅋ

물론 저와는 단 1원도 금전적 엮임이 없습니다만.......다만 공짜밥의 부담으로 뭔가 1정도의 홍보라도 도움을 드려야 하지 않나....하는 압박감으로^^

여튼 책을 샀더니 출판사(세미콜론)에서 팝업 레스토랑 이벤트를 하길래 신청했다가 덜컥 당첨되어 꼬맹이와 둘이서 기쁜 마음으로 다녀왔습니다.




장소는 신사동 가로수길 인근 '엘 쁠라또'라는 스페인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예산이 제법 들었을 것 같은데.....세미콜론 관계자님 감사합니다. 두번 흥하시길~

무료 식사 이벤트라는 걸 감안하면 라인업 훌륭하죠? 아무래도 비싼 재료를 바라는건 도둑놈 심보 아니겠습니까.

살짝 샹그리아 무한리필 기대해 봅니다만 ^^;





웰컴디쉬로 가스파쵸와 햄멜론이 준비되었습니다.

가끔 집에서 해먹던 것 보다는 다소 진한 느낌. 약간은 오일리하더라구요.



사실 예습을 좀 해가기도 했었습니다.

혹시나 누가 물어볼까 살짝 기대했었는데 현실은 무관심 ㅋㅋ

그나저나 야매 가스파쵸의 디테일을 보니 한숨이 나오는군요 ㅜ





멜론의 단맛은 좀 빠졌지만 식감이 훌륭했습니다. 

현지에서도 다소 식감이 있는 멜론을 사용한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었는데,
보드라운 국내산 멜론으론 무리인지라 후숙을 안 시키고 따로 뭔가 처리를 하지 않았을까 싶은....

하몽은 말할것두 없구요. 대체로 비슷한 맛입니다만 프로슈토에 비하면 약간 쫀쫀한 식감이 있죠.
좋은 햄에서 나는 특유의 견과류 향은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전날 예습했던 무화과 프로슈토입니다.

역시 준비하기 쉽고 맛있는 음식이 아닐까 싶어요. 시원한 까바와 곁들이면 크.....




무한리필을 기대했던 샹그리아는 아껴 먹었음에도 고등어 먹을 때쯤 바닥이 드러나더군요.

차마 한잔 더 달라는 얘기는 못하고....서버께서 빈잔 가져가시길래 살짝 기대했지만 걍 치워주신거였네요.

새콤달콤하니 오렌지맛이 강해서 초딩입맛인 저에겐 더할나위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넘 맛있어서 눈이 번쩍 뜨였던 풀떼기 상추구이.

시저드레싱에 노른자만 곁들여도 맛있었을텐데, 

로메인 비슷하게 보이는 상추를 불맛나게(!) 구웠습니다.





평범한 고등어 구이처럼 보이지만.....'숨겨진 뭔가가 있을꺼야'라고 생각했었는데,

걍 고등어 구이가 맞네요. 

근데 참 잘 구웠어요. 특히 저에게는 뱃살쪽이 와서 넘 행복했습니다. 역시 먹을 복이.....

토마토 베이스의 상큼한 비네그렛이 이 평범한 고등어와 잘 어울려 비범한 업그레이드 이뤄줍니다.





먹물 빠에야인데, 쌀도 그렇고 한치의 식감까지 끝내주네요.

감칠맛 폭발하는 먹물 빠에야에, 야들야들한 한치를 불맛나게 굽기까지 했으니, 

맛있기로는 끝판왕이죠. 한 냄비라도 다 먹을수 있을듯.





이베리코 돼지 등심입니다.

피멘통을 시즈닝으로 구운듯 빨간색이 강렬하네요.
연두색의 자극적인 치미추리소스와도 궁합이 좋았습니다.

이베리코 돼지는 적당히 구우면 쫀득한 맛이 일품인데, 약간 덜구워진 듯한..... 
부위의 특성인지 약간 질겅이는 느낌이 있어 아쉬웠습니다.




파프리카 구이 야매요리 버전입니다. 이베리코 돼지가 없어 파프리카 구이만 예습해갔었는데,

두 개를 구웠더니 양이 꽤 많더라고요 ㅎㅎ

단맛 예술이고, 발사믹 살짝 곁들이면 그냥 집어먹어도 맛있습니다.

파프리카를 걍 오븐에 넣고 구워서 껍질만 벗기면 되는거라 간편하기도 하구요. 



잘게 자른 복숭아에 요거트 크림을 올린 디저트로 마무리합니다.

라임껍질 향도 올라오고, 먹을 수 있는 토끼풀(?)도 신기하네요. 가볍게 마무리하기 좋았던 맛!




마지막으로 부쩍 많이 자란 꼬맹이 안부도 전합니다.

그리고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신, 세미콜론 관계자분들께도 감사말씀 드립니다!

먹고 사느라 게을러졌다고 말을 못해! 블로그를 내팽겨쳐둔지 벌써 꽤 오랜 시간이 흘렀네요.

혹시나 하고 들어와보셨더 실망한 분이 몇 분이라도 계시다면,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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